대학원 생활

석박사 대학원 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5가지

Turtle Marketer 2023. 3. 29.

돌이켜 보면 대학원 생활이 결코 쉬운 곳은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긴 시간을 연구실에 있으면서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연구실마다 개인적인 경험차이는 있겠지만, 제 경험이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원-생활-힘든점

 

1. 수직형 권력 형성과 정치질

연구실의 대장은 교수입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교수가 어떤 성격과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실험실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다음이 박사 후 연구원, 그리고 박사 과정인 학생들로 내려갑니다.

 

실험실 학생들끼리 사이가 좋으면 교수님이 좀 지랄 맞아도 학생들끼리 똘똘 뭉쳐 잘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반대로 교수님은 괜찮은데 학생들 자기들끼리 정치 싸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자가 정말로 힘든 경우입니다. 정말로 분위기 안 좋은 곳은 서로 말도 없고, 툭하면 서로 일을 미루고, 성과는 자기들이 가져가려 하고 정말로 답 없는 실험실도 있습니다.

 

처음에 들어갈때 이런 것들을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인턴생활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3개월 정도 하다 보면 대학원 생활이 자신에게 맞을지, 그리고 교수님 성향, 학생들 성격들을 얼추 분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저의 경우는 다소 다른 실험실보다 덜 했고 나름 분위기도 괜찮았습니다. 그래도 교수님이라는 절대 권력 앞에서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닌 거 같습니다. 

 

 

2. 왜 이 시간까지 있어야 하는걸까?!

대학원-연구실-생활

참 웃기지만, 교수님이 집에 안 가면 학생들이 안 가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없어진 걸로 알고 있지만 이것도 어떤 실험실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교수님이 퇴근을 안 하십니다. 밤 10시고 11시고 앉아있는 편입니다. 고스란히 학생들한테 내려와 발목을 잡고 있는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주말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토요일에는 매주 출근했었고, 실험에 따라 일요일에도 출근했습니다. 정말로 미칠 노릇입니다. 동물 실험 만성 실험으로 들어가면 몇 주 동안 주말도 없습니다. 셀을 키우게 되면 모든 시간이 셀 시간으로 맞춰집니다. 셀보다 낮은 인권이 대학원생이랄까요...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라고 물을 수 있지만, 정말로 컨디션이 안 좋고 하던 일 잘 안되고 그리고 늦게까지 있고 주말에 계속 오다 보면 나의 인권이 있긴 있는 걸까라고 생각도 듭니다.

 

모든 교수들이 그런 거 아니지만, 학생을 소모품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말에 나오라는 게 무슨 당연하다듯이 나오라고 합니다. 그 학생의 가정과 생활에 대해서는 아무러 고려와 이해를 해주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교수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심한 교수는 자기가 이사를 하는데 도와달라, 자기 자식이 오는데 잠시만 봐달라, 어디에 예약해 달라, 정말로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이 드는 정도입니다. 

 

 

3. 아... 돈이여... 경제적 빈곤

우선 저는 학비 지원 없이 석박사 과정 7년 동안 1년 30만 원, 석사~박사 50만 원, 나머지 1년은 70만 원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저 당시만 해도 대학원 석사과정은 70~80만 원, 박사과정은 120만 원 받을 때였죠. 저는 그렇게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겨겨우 70만 원까지 올라갔는데, 생활 적으로 정말 끔찍했던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자금이 있는 실험을 선택하세요. 공부하러 갔는데 돈이 뭐가 중요하다구요? 물론, 자신의 집안이 좋아서 부모님께 용돈을 어느정도 받고 써도 괜찮다면 큰 문제가 될 거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말 작은 돈으로 대학원 생활 하기가 어렵고 타지방에서 학교를 다닌다면 더 그럴 겁니다. 그리고 요즘 물가가 엄청 오른 만큼 단순히 열정만으로 돈이 없는 실험실에 갔다가 정말로 힘든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연구실-생활-힘든점

 

그리고 실험실에 돈이 충분히 있어야 실험을 하는데도 좀 여유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는 너무 돈이 없는 실험실에 있어 뭐를 하나를 하려고 해도 재료와 기계가 없어 이리저리 빌리고 다니고 했습니다. 말이 쉽지 매번 빌리러 다닐 때마다 죄인처럼 "죄송합니다. 이것 좀 빌려줄 수 있나요...": 이렇게 말하고 다녔던 거 같습니다. 한번 빌리면야 괜찮은데 무슨 실험을 할 때마다 빌리러 가야 된다는 생각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은근히 쌓이는 편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짬이 좀 되면 괜찮으면 특히 막 들어온 학생한테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떤 실험실은 빌리러 올 때마다 눈총을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그분들 입장에서는 짜증도 날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을 아니깐 더 미안해지는 거죠. 그래서 실험실이 어느 정도 자금이 튼튼한 실험실에 들어가도록 노력하는 게 좋습니다.

 

 

4. 졸업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저는 졸업을 코앞에 두고 1년이 미뤄졌습니다. 그때 그 허망함과 빡침은 말로 할 수가 없죠. 그런데,, 뭐 어쩔 수 없습니다. 다시 마음잡고 1년을 더 했죠. 보통은 석사들은 2년 만에 졸업을 시켜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박사는 다릅니다. 박사의 졸업은 시간이 어니라 교수의 허락에 달려 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누구는 박사를 6년 했다. 누구는 10년 했다. 10년 괜히 나온 말이 아니고 정말로 10년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단순히 교수님이 졸업을 안 시켜준다는 이유 하나로 말입니다. 그 사람이 능력이 안돼서 그렇다는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교수가 자기 필드에서 열심히 하는 분들은 논문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해서 어느 정도 박사 졸업은 맞춰지는데, 정말로 게으른 교수들이 있습니다. 실험실에 없고 계속 외부 활동에 치중하거나, 실험실에 오랫동안 있어도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도통 실험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교수도 있습니다.

 

박사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교수와 부딪혀서 얻어내야 합니다. 결코 박사과 교수는 좋은 관계를 만들기 힘듭니다. 자신이 박사를 잘 졸업하기 위해서는 교수과 맞부딪히는 것을 꺼려하면 안 되고 오히려 졸라야 합니다. 이것 합시다. 저것 합시다;. 교수님 논문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요? 계속 묻고 질문해야 합니다. 

 

충분히 교수님 기분 나쁘지 않게 물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역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예민한 교수를 만나면 졸업만 생각하냐고 핀잔을 주고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박사들은 교수방에 돌진할 베짱이 있어야 합니다. 

 

 

5. 생각보다 잡일이 너무 많다.

힘든-실험실-생활

대학원에 오면 공부에 집중하고 실험만 하면 될 거 같나요? 아마 대학원생들은 만장일치로 아니다고 대답할 겁니다. 정말 잡일이 많습니다. 생각보다 서류 작업도 많고, 단순히 정리해야 되는 것들도 많고, 재고 관리, 위험 물질 관리, 또한 교육도 계속 생기고, 조교 일에 불려 다니기도 하고, 학부생 입학식 도우미로 도와라 하고 만만한 게 대학원생입니다. 

 

만약에, 내가 할 일이 있는데, 다른 일들이 몰려오면 제일 미뤄야 하는 일은 결국은 내 실험일 때가 많습니다. 금방 끝날일은 저녁에 하느라 집에 종종 늦게 가곤 합니다. 선배 뒤치다꺼리에, 좀 실험 못하는 연구생 한 명 만나면 그 일들이 온전히 다른 학생들에게 갑니다. 최악의 경우는 남들 뒤치다꺼리하다가 내 실험, 내 논문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어디서 돈도 되지 않는 이상한 일들을 교수님이 가져와서 이거 해라, 저거 해봐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데이터는 다른 교수와 공유하고 내 이름 하나 안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너무 생산성이 낮아서 이거 하려고 대학원에 왔나 싶을 정도로 현타가 옵니다. 

 

 

6.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확실하게 자신이 취업을 하겠다고 하던지, 나는 아카데미 남을 거야라고 하던지 명확한 목표가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집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실험은 뭐 그리 대한 것도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외국에 나간 것도 아니고 국내의 지방 대학에서 이렇게 박사를 취득해도 뭐가 이득이 있을까... 이런 고민을 무조건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고민들은 사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계속 묻고 고민하고 검색하고 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하셔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이것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들을 합치면 더 많은 일들이 있겠네요. 물론 대학원이 아니라, 취업을 해서 직장을 가든, 어디를 가든 이런 문제를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대학원 문제라기보다는 어디를 가든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알고 대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를 가든 인간 문제가 제일 힘이 든다고 생각이 들어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인생의 하나의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 항상 만날 수는 없으니, 스스로가 잘 적응하고 유현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센스와 경험과 신념을 믿으면 어느 곳에 가든 잘 적응할 거라 생각을 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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